1년 유예 후 완화규정 적용…항공업계 반발
유럽연합(EU)이 역외 항공사에 대한 탄소세 부과를 재추진할 계획을 발표하고 이에 대해 국제 항공업계와 중국, 미국 등이 반발하고 나서 시행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EU 집행위원회는 16일 유럽 상공을 운항하는 외국 항공사에 대해 EU의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TS)를 적용해 탄소배출 부담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ETS는 EU 28개 회원국과 각국의 기업에 배출 가능한 이산화탄소량을 정해주고 허용 한도보다 많이 배출한 국가나 기업은 초과분만큼 벌과금을 내거나 배출권을 거래소에서 구입토록 하는 제도다.
코니 헤데가르드 EU 기후변화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EU는 그동안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해 경제의 모든 분야가 기여했다. 빠르게 증가하는 항공기 탄소 배출량에 비추어 항공 업계도 이에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의 이번 조치는 지난해 도입한 탄소세 부과를 1년간 유예한 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사상 처음으로 탄소배출 제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한 데 이어 나온 것이다.
EU의 이번 제안은 중국, 미국 등 역외 항공 대국들의 반발을 고려해 지난해 시행하려던 원안 보다 완화됐다.
기존 안은 역외 항공사들이 출발지와 관계 없이 유럽 상공을 지날 경우 전체 탄소 배출량에 상응하는 탄소세를 물어야 했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EU 28개국 및 노르웨이, 아이슬란드를 포괄하는 유럽경제지역(EEA) 상공에서 배출한 양만큼만 부과해 역외 항공사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EU는 이 개정안을 EU 회원국과 유럽의회의 승인을 거쳐 내년 초부터 2020년까지 시행할 예정이다.
EU는 역외 항공사에 대해 탄소세를 부과하기로 방침을 정했으나 지난해 11월 중국 등의 보복 조치 위협으로 시행을 1년간 유예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EU는 에너지 등 주요 온실가스 배출 산업에 ETS를 적용해 왔으며 지난해 1월부터는 EU 역내를 드나드는 모든 항공기에 이를 의무화했다.
이에 대해 중국, 미국, 러시아 등은 ETS를 외국 항공사에도 적용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EU는 ETS를 통해 항공기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까지 20% 줄일 수 있으며, EU 국적기들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해 형평에 맞고 국제법에도 어긋나지 않는다며 맞서왔다.
EU의 탄소세 부과 재추진에 대해 글로벌 항공업계를 대표하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ICAO의 합의 정신을 무시하는 일방적인 조치라고 비난했다.
미국항공업계도 EU가 외국항공사에 ETS 참여를 강제하는 것은 자발적인 탄소배출을 유도하는 ICAO 합의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ICAO는 이달 초 열린 총회에서 오는 2020년까지 항공업계의 탄소배출량을 대폭 제한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EU가 제안한 ETS 규제 방식은 논의에서 제외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