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강경 입장 뒤집어…유럽의회 반발
유럽연합(EU)은 미국의 불법 정보수집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정보공유 협정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EU 집행위원회는 27일 미국의 정보공유 협정 위반 여부를 조사한 결과 미국 측의 잘못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따라서 항공승객정보공유협정과 은행계좌정보공유협정 이행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내무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 당국으로부터 국제은행간통신망(SWIFT)과 관련된 서면 보장을 받았다. 또한 미국 측이 항공승객정보를 남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말름스트룀 위원은 "EU는 언론의 폭로를 빌미로 테러 방지를 목적으로 이뤄지는 파트너 국가와의 정보 공유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U 집행위의 이 같은 결정은 그동안의 강경 입장을 전격적으로 뒤집은 것이다.
EU는 미국 정보기관이 유럽 국가 및 EU에 대해 무차별적인 정보 수집을 자행해온 것으로 폭로된 이후 미국과의 정보공유 협정 전반에 대한 재검토 작업을 벌여왔다.
말름스트룀 위원은 지난 7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실무협상 시작을 앞두고 미국 측에 보낸 서한에서 미국이 EU의 사생활보호 법규를 존중한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금융거래 및 항공승객 정보 공유를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또한 유럽의회는 지난달 미국과 은행계좌정보 공유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브라질 글로보 TV는 지난 9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글렌 그린월드 기자의 말을 인용, 미국 정보 당국이 SWIFT를 감시했다고 보도했다.
그린월드 기자는 전직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파일을 받아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비밀 감청활동을 최초 보도한 인물이다.
이 보도 직후 EU 집행위는 미국 정부에 해명을 요구하면서 보도가 사실로 판명될 경우 미국과 체결한 은행계좌정보공유협약에 따른 의무이행을 중단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EU 집행위의 정보공유 유지 결정에 대해 유럽의회 의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네덜란드 자유당 출신의 소피 펠트 의원은 "EU 집행위는 EU 시민의 권리보다 외교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 그들은 미국 앞에 서면 극히 소심해진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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