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항공사 대형화...유럽 항공사 경제적 어려움 처해
중동지역 항공사들이 최신형 여객기 숫자를 대폭 늘리면서 유럽 항공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아라비아의 사막이 21세기 항공산업의 새로운 메가 허브로 등장하면서 루프탄자, 에어프랑스-KLM 등 유럽 항공사들이 점차 한계상황에 봉착하고 있다고 스위스 일간 트웬티 미닛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실제 지난 11월 두바이 에어쇼에서 중동 항공사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UAE의 에미리트항공은 보잉사로부터 차세대 여객기인 777X 150대를 556억 달러에 구매하기로 했고, 에어버스로부터 A380 여객기 50대를 230억 달러에 주문했다.
UAE 국영항공사인 에티하드항공도 보잉에 항공기 777X 25대를 비롯해 787-10 드림라이너 30대, 화물기 1대 등 56대를 주문했고, 에어버스에도 A350 XWBs 50대를 포함해 모두 87대를 발주했다.
카타르항공 역시 보잉사로부터 777X 기종 50대를 주문하고, 에어버스에 A330 화물기 5대 확정주문과 함께 A330-200 화물기 3대를 포함, 8대의 추가구매 옵션을 담은 주문서를 내놨다.
AFP통신은 두바이 에어쇼 첫날 중동 항공사들이 여객기 주문에 푼 돈만 1천415억 달러(한화 150조2천400억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유럽 항공사들은 중동 항공사들이 이런 과감한 투자를 통해 원하는 것이 결국 유럽의 장거리 승객 유치를 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제 새로 주문한 에어버스 A380 50대를 포함해 이 기종만 140대를 갖추게 된 에미리트항공은 앞으로 유럽에서 미국이나 아시아로 가는 승객을 겨냥해 경쟁을 벌일 것이 분명하다. 이 기종의 항공기를 14대 보유한 독일의 루트프한자 항공은 벌써 어떻게 경쟁을 벌여나갈 것인지 걱정하고 있다.
여기에 아부다비를 근거지로 하는 에티하드항공도 140대가 넘는 항공기를 보유한데다 독일의 두 번째 항공사인 에어 베를린이나 알리탈리아항공 등의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에티하드항공은 특히 알리탈리아항공 인수를 위해 3억 유로의 자본 확충안을 제안한 상태이다.
더구나 소음이나 환경 문제를 고려할 때 사막 한 가운데 있는 항공 허브는 승객이나 화물 연계수송에 있어 최적지로 떠오르는 반면 유럽 항공시장의 성장률은 매우 저조해 앞으로 런던, 파리, 프랑크푸르트 등이 더이상 환승공항 역할을 할 수 없게 될 가능성도 있다.
중동 항공사들은 장거리 여행객을 대상으로 가격 할인과 좋은 서비스를 통해 사막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도록 유도하고 있다. 에어 베를린 등을 인수해 뮌헨이나 함부르크 등 유럽 도시의 승객이 사막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도록 하는 방안도 있다.
하지만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유럽 항공사들은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에어프랑스-KLM은 몇 달 전 적자 탈출을 위해 2천800개 일자리를 줄여야 했다. 스페인 항공사 이베리아는 라이언에어나 이지젯과 같은 저가항공사와의 가격 전쟁으로 수천 개의 일자리를 줄였다.
유럽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둔 저가항공사 이지젯조차도 다른 저가항공과의 경쟁으로 서비스 개선을 위해 고민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