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운송량 40% 차지 ‘아·태 노선’ 성장 둔화
대한항공 176억 영업 손실… 항공업체 ‘전전긍긍’
신흥시장 경제회복이 느려지면서 아시아 항공운송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도 아시아 항공화물 수요가 침체를 면지 못한다는 예측에 이어 자칫하면 위기가 세계 항공산업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에 따르면 토니 타일러 국제민간항공운송협회(IATA) 회장은 9일(이하 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재 항공업계의 가장 큰 걱정은 화물"이라며 항공화물 수요 악화를 지적했다. 그는 "아시아 대형항공사들의 주요 수입원이 화물인 상황에서 지역 항공화물 수요가 여전히 침체에 빠져 있다"며 "세계 항공화물 수요가 개선되고 있으나 전통적으로 강한 수요를 보였던 아시아만 유달리 약세를 거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IATA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 세계 항공화물 운송량은 전년 대비 1.8% 성장했으나 아시아에서는 되려 1.1% 떨어졌다. 아시아.태평양항공사협회(AAPA)가 지난달 발표한 운송량 통계를 살펴보면 2013년 아시아·태평양 노선별 수송량(FTK.항공편당 수송톤수에 비행거리를 곱한 값의 합계)은 5만 9105FTK로 전년 대비 0.6%쯤 줄었다.
한국 항공사의 경우 대한항공의 지난해 매출액은 11조8504억원으로 전년 대비 4% 감소했으며 17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도 같은 기간 5조7235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11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3년 4.4분기 기준으로 양사의 화물 매출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노선이 차지하는 비율은 대한항공이 30%, 아시아나항공이 31.4%였다.
CNBC는 캐세이패시픽 항공을 비롯해 싱가포르 항공도 화물 매출에서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며 지역 항공화물 시장이 공급과잉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IATA 통계에 의하면 현재 아시아.태평양 화물운송량이 전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0%에 달한다.
다만 아직 전문가들은 보다 긍정론에 가까운 편이다. 브라이언 피어스 IATA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으로 아시아 신흥국 외환위기 및 경상수지적자로 인해 항공화물업계도 어렵겠지만 중장기 전망은 밝다"며 "아시아의 경제성장 속도나 지정학적인 이점 등을 고려했을 때 낙담하긴 이르다"고 밝혔다. 앤드루 히드먼 AAPA 회장도 지난달 28일 정기 보고서에서 "비록 2013년 항공화물 실적이 가라앉은 상태였으나 아시아 시장에서 선진국 수출을 늘리면서 연말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썼다. 그는 아울러 "항공화물에서 가격경쟁이 치열해지고 운송료가 줄어드는 만큼 항공사들이 영업마진을 늘리기 위해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기체에 투자하고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