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대한 서방 경제제재가 한시적으로 완화되자 미국의 주요 항공기·엔진 제조업체들이 30여년만에 처음으로 이란에 항공기 부품을 수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보잉과 제너럴일렉트릭(GE)은 이란 경제제재가 풀리는 6개월 동안 이란에 항공기 부품을 판매하기 위해 미국 정부에 수출허가를 신청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업계 관계자와 소식통을 인용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수출허가를 승인하면 1979년 테헤란 미국 대사관 인질사건을 계기로 미국이 이란과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제재를 확대한 이래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의 항공기 제조업체와 이란이 거래하게 된다.
릭 케네디 GE 대변인은 항공기 안전 때문에 2004년부터 유지·보수 관련 부품 수출허가를 요청해왔다며 "돈을 벌려는 것이 아니고 항공기 안전을 위해 수출을 신청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수출은 미국 기업이 이란 항공기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는 좋은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이란에도 상당한 유인책일 될 전망이다.
항공·방위산업 분석업체인 틸그룹의 조엘 존슨 애널리스트는 지난 수십년간 항공기 암시장이나 복제 부품에만 기대고 있던 이란에 미국의 항공기 예비 부품 판매는 강력한 보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국 회사들이 이란 시장에 첫발을 들여놓고 20년 넘게 끊겨 있던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對)이란 수출 상황이 불확실하며 6개월 뒤에 끝날 거래를 맡아줄 은행도 찾기 어려운 것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유럽의 항공기·엔진 제조업체들도 유럽연합(EU)의 복잡한 이란 경제제재에 대한 회의감과 미국의 반발을 우려해 선뜻 이란 시장에 나서지 않고 있다.
유럽 항공기 제조업체인 에어버스는 "(이란 수출과 관련해) 몇 가지 요청을 고려하기는 했으나 수출허가를 신청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란은 지난해 11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및 독일(P5+1)과 핵협상을 잠정 타결했으며, 지난달 20일부터 이란이 핵 프로그램 가동을 일부 제한하는 대신 미국과 EU는 6개월간 잠정적으로 경제제재를 완화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