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회장은 '사업보국'의 신념으로 수송외길을 걸었다. 총알과 포탄이 날아드는 베트남전에서 군수물자를 수송했고 척박한 땅에서 고사 직전의 국영 항공사를 인수해 이륙시켰다.

숙련된 조종사를 키우기 위해 돌밭을 가꿔 일군 제주도 제동에 비행훈련원을 세웠으며 무모한 투자라는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인재양성을 위해 인하공대와 항공대를 인수했다. 한진그룹이 지금의 위치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창업주 시절부터 3대까지 이어진 과감한 투자와 도전정신에 있었다.

◆'동남아 꼴찌'에서 '글로벌 항공사'가 되기까지

한진그룹은 1945년 11월 '한민족의 전진'이라는 의미를 담은 한진상사 창업을 모태로 한다. 1945년 11월1일 조중훈 회장은 트럭 한 대를 장만해 인천시 해안동에 한진상사를 설립했다. 해방 직후 혼돈과 무질서 속에서도 해외에서 수입되는 생필품을 실어나르며 성장했고 1947년 교통부로부터 화물차운송 사업면허를 받아 수송사업의 기틀을 마련했다. 베트남전 당시 미군의 군수물자 수송을 맡으면서 성장기에 돌입했다. 1967년 7월 자본금 2억원으로 대진해운을 세워 해운업에 진출했고 1968년 2월에는 한국공항 9월에는 인하공대를 인수하며 뻗어나갔다.

오늘날 화물수송 세계 4위 여객수송 세계 14위 항공사로 우뚝 선 대한항공의 첫 출발은 무모할 만큼 험난했다. 1969년. 한진그룹이 대한항공공사를 정부로부터 인수할 당시 대한항공은 동남아 11개국 항공사 중 11번째 가는 부실투성이었다. 납입자본금 15억원을 5년 거치 후 10년에 걸쳐 분할 상환하고 27억원이 넘는 부채를 그대로 떠안는 조건이었다. 여러번 당국의 인수 요청을 고사했고 회사 임원들도 '무모하다'며 만류했지만 조중훈 회장은 "이익만을 생각하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업은 진정한 의미의 사업이 아니다"며 반대하는 회사 임원들을 설득했다. 그리고 1987년 11월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이던 대한선주까지 인수해 한진해운과 합병 육ㆍ해ㆍ공 종합수송기업의 틀을 완성했다.
  

 
1979년 3월 고 조중훈 회장(앞줄 오른쪽 세번째)이 뉴욕 취항식에 참석해 관계자들과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 

◆해외 항공사 줄도산 위기때 신기재 집중 인수 '승부수'

공격적인 투자로 대한항공을 지금의 자리에 올린 것은 조양호 회장이다. 2001년 9ㆍ11 테러 직후 유나이티드항공ㆍ아메리칸항공 등 미국 최대 항공사들이 파산 위기에 내몰렸고 보잉ㆍ에어버스 등 항공기 제작사들이 경영난에 봉착하는 등 글로벌 항공산업이 공황상태에 빠졌다. 이때 조 회장은 위기가 기회라는 역발상으로 A380 B787 등 신형 항공기를 대거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침체기 이후 늘어나게 될 여객수요와 항공기 시장 판도를 내다보고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그의 승부수는 적중했다. 항공시장은 2006년부터 회복세로 반전됐고 구입을 미뤄왔던 항공사들이 앞다퉈 항공기를 주문하기 시작하면서 항공기 가격이 껑충 뛰었다. 대한항공은 싼 값에 항공기를 입도선매하고 항공기 제작사들과 돈독한 관계까지 맺게 됐다. 선제적으로 항공기를 주문한 대한항공은 A380 항공기를 2011년 6월 동북아 최초로 인도받기 시작해 총 10대 도입을 완료했다. 이후 2015년 6월 B737 맥스-8 50대 A321 네오 50대 등 국내 항공사상 최대 규모인 100대 도입 계약까지 체결했다. 그렇게 구형 프로펠러기 7대와 제트기 1대로 출범한 대한항공은 50여년만에 여객기 131대 화물기 28대 등 159대를 보유하게 됐으며 매출은 1969년 17억원에서 올해 12조991억원(증권가 컨센서스)으로 71만% 이상 성장했다.

◆조양호 회장 방향제시ㆍ조원태 사장 실무수행 '투트랙 경영'

올해 69세인 조양호 회장은 아직 경영일선에서 뛰고 있다. 그룹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경영목표를 조 회장이 제시하면 그 목표를 기반으로 실무를 추진하는 것은 조원태 사장의 몫이다. 미국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 설립도 조 회장과 조 사장의 투트랙 경영이 가동된 결과다.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는 국내외 유례가 없는 빅딜이었다. 2010년 델타항공은 글로벌 항공사들의 각축장이 된 태평양 노선 선점을 위해 대한항공에 조인트벤처를 제안했다. 이후 최근까지 5년간 대한항공은 태스크포스팀을 결성해 연구를 거듭했다. 조 사장은 직접 델타항공 본사가 있는 아틀란타와 서울 로스앤젤레스를 수시로 오가며 줄다리기 협상과 의견 조율 끝에 유리한 조건으로 제휴를 이끌어냈고 현재 수익배분 비율과 비용 공유 등 막판 협상을 진행 중에 있다.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가 실행되면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개항과 맞물려 대한항공의 미주노선 사업도 한단계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주와 연계된 아시아 환승노선 여객수 증가도 기대된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미주노선 매출 비중은 2012년 32.8%로 정점을 찍은 뒤 2013년 델타와 코드쉐어가 해지되면서 2016년 28.6%까지 하락했으나 이번 조인트벤처를 계기로 미주노선을 재차 강화해 재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대한항공 일등석 라운지 투시도 

오는 1월18일 개항하는 2터미널은 대한항공을 비롯해 항공동맹체 '스카이팀' 소속 항공사인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KLM 등 4개사 전용으로 사용된다. 스카이팀 항공사가 독자적인 터미널을 갖게 되면서 탑승수속부터 라운지 이용까지 대한항공의 프리미엄 서비스 경쟁력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항공은 기존 국내 공항에서 볼 수 없었던 일등석 승객을 위한 프리미엄 체크인 라운지와 비즈니스석 승객 등을 위한 프리미엄 체크인 카운터를 운영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프리미엄 체크인 라운지는 탑승수속부터 수하물 탁송 음료 서비스 출국심사 안내까지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한다"면서 "프리미엄 체크인 카운터의 경우 별도 조성된 카운터에서 탑승수속을 진행 할 수 있도록 하이 클래스 승객에 대한 시설도 대폭 확충해 경쟁력을 키웠다"고 말했다. 

◆미래 먹거리 알짜사업…신기재ㆍ항공우주사업 투자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해운부문이 계열분리되면서 한진그룹은 육상과 항공부문 계열사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조 사장이 총괄부사장으로 키를 잡은 지난해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연결기준 1조1208억원으로 수직상승했다. 올해 전체로는 954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5820억원으로 2012년(2563억원) 이후 5년 만에 흑자전환이 확실시된다. 내년 유가 환율 금리 전망이 밝지 않지만 높은 여객수송량 증가세와 화물수요가 재개되고 있어 업황은 긍정적이다. 

조 사장은 오는 2022년까지 여객 화물 수요의 구조적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신규 항공기 도입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항공이 50주년을 맞이할 2019년부터 차세대 항공기 B737-8 맥스와 A321 네오를 본격적으로 도입한다. 캐나다 봄바디어사의 CS300 항공기도 내년 중 총 10대를 국내 항공사 가운데 처음으로 들여올 계획이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향후 도입할 항공기가 80대 이상 남아있지만 이는 대부분 중소형 기종에 집중돼 기재도입 투자금과 부채확대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대한항공 부산 테크센터에서 창정비를 마치고 최종 점검 중인 500MD 헬기의 모습.

조 사장은 미래 먹거리로 항공우주사업에 역량을 쏟고 있다. 대한항공은 미국 보잉과 손잡고 무인화 군용헬기(500MD)를 개발중이다. 보잉과 협력해 국내 최초로 무인 헬기 기술을 확보하고 국내외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넓힌다는 복안이다. 대한항공은 1976년부터 1988년까지 500MD 헬기를 생산해 육군에 공급했고 수직이착륙 무인기 중고도 정찰용 무인기 등 무인항공기를 개발중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40년간 항공기 설계 제작 성능개량 개조ㆍ정비사업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항공우주사업 수행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한항공의 항공우주사업본부는 사업 초기인 1976년 연매출 6억원에서 시작해 40년이 지난 지금 9000억원으로 1500배 성장을 거듭했다.  

 
조유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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