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항공사들이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여객기의 추락은 '(기체이상 등이 아니라) 격추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분쟁지역을 우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당국에서는 단순 사고라는 입장이나 항공사들은 지난해 말레이시아항공의 선례를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등 외신들에 따르면 운송량 기준으로 유럽 최대 항공사인 에어프랑스-KLM 대변인은 이날 발표에서 사고가 발생한 이집트 시나이반도 상공의 운항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독일 루프트한자 역시 같은 날 현지 언론과 전화 통화에서 해당 지역을 피해서 운항한다고 알렸다.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세계 최대 항공사 에미레이트항공 역시 1일 대변인을 통해 추가 정보가 확인되기 전까지 시나이반도 상공을 비행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전날 러시아 코갈림아비아항공 소속 에어버스 A-321 여객기는 이집트 샤름엘셰이크를 이륙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중 시나이반도 상공에서 추락했다. 탑승하고 있던 224명은 전원 사망했다.

시나이반도는 현재 이집트군과 이슬람반군들이 대치하고 있는 분쟁지역으로 지난해 이집트군 헬리콥터가 반군의 지대공 미사일에 추락하기도 했다.

추락 당일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이집트 지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번 사건의 범인이 자신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WSJ는 사고기가 10㎞고도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며 IS가 지닌 조잡한 무기로는 이를 맞출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지대공 미사일에 맞아 추락한 말레이시아항공 보잉 777 여객기 역시 고도 10㎞ 인근에서 피격 당했으나 당시 사용된 미사일은 러시아 '부크' 미사일로 IS가 지닌 무기보다 훨씬 우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막심 소콜로프 러시아 교통부 장관은 인테르팍스통신을 통해 "IS의 주장을 다룬 보도들이 신뢰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돼서는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번 사건의 진위와 상관없이 분쟁 지역을 피하려는 항공사들의 노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앞서 미 항공당국은 올해 초 시나이반도에서 고도 7.92㎞ 이하로 비행하지 말라고 경고했으며 영국과 독일 당국도 최근 비슷한 우려를 내놨다.

WSJ는 항공사들의 이 같은 항로 변경으로 연료 사용량이 늘어날 것이며 제한된 공역에 운행 일정이 몰리면서 항공관제 역시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중동 상공은 이라크를 지나야하는 비행편이 죄다 이란 상공으로 우회하면서 몹시 혼잡한 상태다.

출처 :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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