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최대 관문인 로스앤젤레스(LA) 국제공항이 매년 항공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예산 삭감과 관제사 부족으로 공항 안전에 적신호가 켜졌다.

민완 관제사의 퇴직·이직이 늘면서 관제사 수가 절대 부족한 데다 남아 있는 관제사가 고스란히 항공 수요를 떠안아야 해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설상가상으로 공항 예산이 대폭 삭감된 상황에서 관제사의 초과근무 수당이 치솟는 등 재정 압박까지 받고 있다.

 
<그림 : 공항 관제탑>

 
현재 LA국제공항에서 항공기 이착륙을 통제하는 관제사는 모두 50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39명은 민완 관제사이고 나머지 11명은 수습 관제사다.

하지만 퇴직을 앞두고 있는 관제사가 11명이다. 수습 관제사의 탈락률도 60%에 이르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민완 관제사 39명은 현재 주당 5일 이상 3교대제 근무는 물론이고 원치 않는 초과근무까지 맡아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관제사들의 초과근무 시간은 2008년 5천866시간에서 올해 1만3천396시간으로 수직 상승했다. 2006년에 초과근무 시간이 606시간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10년 새 근무 강도가 무려 22배나 증가한 셈이다.

민완 관제사들이 근무 강도가 덜한 지역 공항으로 옮기는 사례가 많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림 : 공항 관제탑에서 근무하는 관제사들>

LA국제공항 관제사이자 전미항공관제사협회 LA 대표인 마이크 푸테는 "관제사 적정 인원은 민완 관제사 52명에 수습 직원 10명을 더해 62명"이라며 "현재 공항상황이 심각하다"고 밝혔다.

LA 국제공항은 최근 국제선 터미널 확장·활주로 개선·대중교통 확충 등 시설 현대화를 통해 올해 항공승객 7천60만 명이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 2005년과 비교하면 승객 900만 명이 증가한 수치다.

성수기인 6∼8월에는 활주로 4개에 하루 항공기 이착륙이 2천 회를 초과했다. 현재는 하루 평균 1천800∼1천900회에 달한다. 2009년보다 28%가 증가한 것이다.

하루 중 가장 바쁜 오전 9시∼10시에는 항공기 120∼130대가 이착륙을 한다. 30초마다 1대가 이착륙하는 셈이다.

 

문제는 공항 안전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관제사 수가 부족하고 피로도가 쌓이면서 항공기 이착륙 통제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방 교통부가 2009년 LA 국제공항 감사에서도 관제사 부족과 근무강도에 대한 우려가 지적되기도 했다.

국가교통안전국(NTSB)도 피로가 쌓인 관제사들이 항공기의 활주로 충돌을 비롯한 안전사고를 일으킬 수 있으며 항공기 이착륙 지연도 빈번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익명을 요구한 경력 20년의 한 관제사는 "올해 주당 최대 38시간을 근무한데다 강제 초과근무도 떠맡아야 했다"면서 "나는 이제 정말 지쳤다"고 털어놓았다.

출처 : 김종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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