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국제 항공분야의 최대 행사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총회에 재참가를 추진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요하는 중국과의 갈등이 한층 증폭될 전망이다.

5일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대만 정부는 캐나다 몬트리올에 위치한 ICAO 본부에서 9월 27일부터 10월 7일까지 열리는 ICAO 총회 참가를 공식 신청했다.

대만 정부는 매년 약 5천800만명의 여행객과 150만편에 이르는 항공편이 대만을 오가는 만큼 국제 항공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ICAO 총회에 대만이 반드시 참가해야 한다며 총회 참가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ICAO는 1947년 설립된 유엔 산하 항공전문기구로 3년마다 열리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총회에서 이사국을 선출하고 분담금 등을 결정하게 된다.

대만 정부는 마잉주(馬英九) 총통 시절이었던 지난 2013년 ICAO 총회에 정식 초청을 받아 '중화 타이베이'(Chinese Taipei) 명의로 1971년 이후 처음으로 총회에 참석했다. 당시 중국은 대만의 총회 참석에 대해 묵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대만의 양안 담당 부처인 대륙위원회(MAC)는 대만이 이번 ICAO 총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선의'를 베풀어 줄 것을 중국에 요청했다.

대륙위원회는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대만의 총회 참석이 실무 차원의 양안관계 개선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대만은 먼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해야 한다"고 대만의 협조 요청을 일축했다.

마샤오광(馬曉光) 중국 대만판공실 주임은 "대만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할 경우 대만의 국제기구 활동을 특별히 용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92공식을 부인한 대만 신정부가 문제를 자초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대만의 ICAO 총회 참가를 지지하고 나섰다.

카티나 애덤스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대만 언론과 인터뷰에서 "항공안전은 전세계적으로 중요한 일"이라며 "미국은 대만의 ICAO총회 참석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이 대만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정부의 출범과 함께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워 대만의 국제기구 및 외교활동을 옥죄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지지 표명이 힘을 실어줄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마샤오광 중국 대만판공실 주임 [AP=연합뉴스 자료사진]

(타이베이=연합뉴스) 류정엽 통신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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