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제품을 만드는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시대는 갔습니다. 중국에서 계속 살아남으려면 메이드 위드 차이나(Made with china) 메이드 포 차이나(Made for china) 전략으로 중국과 함께 만들어야 합니다."

세계 최대 민간항공기 제조회사 미국 보잉은 중국에서 활발하게 기업 활동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 중 한 곳이다. 보잉이 새 비행기 4대를 만들면 이 중 1대가 중국 항공사에 인도될 정도니 보잉 입장에서는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중국 시장의 컨트롤타워 역할은 한국계 미국인 이안 창(?仁爀·Ian Chang) 보잉 본사 부사장이 맡고 있다.

이안 창 부사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성장과 항공시장 성장은 방향을 같이 하고 있는데 특히 경제 성장 속도가 빠르고 인구가 많은 중국에서는 향후 20년간 7240대의 새 비행기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 규모만 해도 1조1000억달러 수준"이라고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실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성공하기는 만만하지 않다. G2(주요 2개국 미국과 중국을 지칭)로 부상한 중국은 무역 외교 등 각 분야에서 미국과 옥신각신 하고 있고 긴장 관계가 고조될때마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미국 기업은 양국 관계에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항공기 제조는 미국 중국 모두 공을 들이고 있는 첨단 기술이 집약돼 있는 산업이다.

  
그래서 이안 창 부사장은 '메이드 위드 차이나' '메이드 포 차이나'로 보잉이 중국과 함께 가는 전략을 택했다. 그는 "보잉과 중국 최대 항공사 중국항공공업그룹(AVIC)이 각각 88% 12% 지분 투자해 중국 현지 생산법인 BTC를 설립한 것은 물론 중국이 선진 항공산업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각 분야의 노하우를 지원하고 있다"며 "또 중국 항공사에 인도되는 항공기 인테리어는 중국 기업이 맡을 수 있게 함으로써 중국 기업과 보잉이 윈-윈 할 수 있는 여러 길을 만들어 놓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의 항공산업 굴기는 보잉-에어버스가 양분해온 세계 항공기 제조 시장에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세계 항공기 수요는 향후 20년간 4만1030대의 새 비행기가 필요할 정도로 여전히 급증하고 있으며 이를 나눠 먹기 위한 제조사들의 선의의 경쟁은 보잉 입장에서도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보잉은 중국 시장을 사이에 두고 함께 경쟁하고 있는 유럽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와 비교해도 뚜렷한 차별점을 갖고 있다. 이안 창 부사장은 "중국 항공기 시장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기종은 ‘싱글 아일(Single-aisle·단일 통로)’인데 이에대한 보잉과 에어버스의 점유율은 비슷하지만 그 다음으로 인기가 많은 와이드바디(wide body·기내 통로가 2개 이상인 대형 항공기)는 보잉이 경쟁에서 특화돼 있다"며 "에어버스와 달리 각 대륙간 도시를 논스톱으로 연결할 수 있는 항속거리가 길고 효율이 좋은 항공기 수요가 클 것으로 예측하고 이에 집중했으며 예상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안 창 부사장은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 임원 중에서는 보기 힘든 한국계 미국인이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워싱턴 주립대학을 다녔고 1984년 보잉에 입사해 지금까지 34년간 보잉에서 한우물만 팠다. 항공기 시장을 누구 보다 잘 이해하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고 외국계 기업들이 어려워 하는 아시아 지역 문화와 경영 환경에 대해 이해도가 높다는 점은 그가 보잉의 중국 시장 확대에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다.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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