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對)이란 우선 제재 예외 첫 사례

미국 재무부가 자국의 보잉사와 프랑스 에어버스사의 이란에 대한 민항기 판매를 처음 허가했다.

보잉사는 21일(현지시간) 미 재무부로부터 이란 국영 이란항공에 민항기를 판매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프랑스 에어버스사도 이날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A320과 A330 여객기 17대(약 18억달러 규모)를 판매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고 발표했다.

핵협상 타결로 올해 1월 미국과 유럽연합(EU) 유엔의 대(對)이란 제재가 풀렸지만 미 정부가 미국인·회사의 이란과 교역과 금융 거래를 제한하는 우선 제재(primary sanction)를 유지해 항공기 수출이 교착상태였다.

보잉은 미국 회사이고 에어버스 항공기는 부품의 10% 정도가 미국산인 탓이었다. 우선 제재 대상이 이란과 거래하려면 미 재무부의 허가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

따라서 이번 미 재무부의 허가는 핵협상 타결 뒤 미 정부가 우선 제재를 예외적으로 푼 첫 사례다.

미국은 핵협상 타결을 주도했음에도 그 과실을 유럽과 아시아에 선점당했다. 따라서 이번 허가로 비로소 미국 기업도 핵협상 타결의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보잉사는 "이란항공과 6월 잠정 합의했으며 재무부가 발급한 허가를 준수하는 범위에서 계약의 마지막 단계가 남았다"고 설명했다.

이란 항공사들과 이들 항공기 제조사와 계약 금액은 각각 250억 달러에 달할 만큼 초대형이다.

이 계약이 실제 성사된다면 미국으로선 이란과 외교관계가 단절된 1979년 이후 가장 큰 금액의 거래를 하게 된다.

보잉사는 6월 이란항공과 민항기 80대를 판매하고 29대를 장기 임대하는 계약을 맺기로 합의했다.

에어버스사는 이란항공과 올해 1월 제재가 풀리자마자 A380 12대를 포함 민항기 118대를 판매 또는 장기임대하는 계약을 맺었다.

미국은 1996년 이란·리비아제재법(ILSA·다마토법)으로 이란과 민항기와 부품 거래를 막았다. 이 때문에 이란 민항기가 노후해 승객의 안전 문제가 심각했다.

이란은 낡은 민항기를 교체하기 위해 앞으로 10년간 400∼500대를 주문한다는 계획이다. 이란은 1월 16일 제재 해제 이후 한 달여간 프랑스 에어버스 118대를 포함 모두 208대를 주문했다.

이란엔 민항기 248대가 있는데 이 중 100대가 고장 났다. 이란항공 소속 여객기 43대의 기령은 평균 26년 정도로 알려졌다.

실제 두 회사의 신형 민항기 인도는 내년 초로 예상되지만 이란 국내선 나프트항공은 20일 보잉사와 합의에 따라 보잉737 여객기 4대 중 1대를 들여왔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군수업체인 보잉사가 이란에 대한 판매 허가를 받으면서 파급효과에 촉각이 모이고 있다.

관심의 핵심은 민항기 판매 대금을 결제하는 방식이다.

아직 미국의 우선제재가 작동하는 탓에 달러화나 미국 금융기관을 통하는 자금 거래는 제재 대상이다.

달러화 거래가 막혀 유럽 은행을 통한 이란과 유로화 결제가 일부 이뤄지지만 아직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미국의 대표적인 회사와의 수조 원에 달하는 거래에 어떤 금융 기법이 동원되는지에 이란에 관심 있는 다른 기업의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보잉사의 수출 대금이 정상적으로 결제된다면 미국 정부가 다른 나라와 이란의 순수한 무역 대금 송금을 제한할 명분이 사라지게 된다.

게다가 국가전략 물자를 다루는 미국 회사가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이란과 대형 거래를 성사한다면 이를 선례로 다른 기업의 이란 진출도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수년에 걸쳐 진행될 보잉사와 이란항공의 판매와 관련 계약 조건 중 '스냅백'(핵 합의 불이행으로 제재가 복원되는 상황)으로 인한 손실 보전 조항을 양측이 어떻게 합의했는지도 관심사다.

이란의 보잉사 항공기 구매는 외부에 공개된 적 없는 이란 은행과 정부의 각종 금융·재정 정보 거시거래 지표 등을 구체적으로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항공기가 거래금액이 큰 만큼 현금 구매가 아닌 통상 매출 채권으로 이뤄지는 데 보잉사의 입장에선 이를 매출로 잡으려면 사내 충당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S&P 무디스 피치와 같은 국제적 신용평가회사가 매기는 이란의 국가신용등급(외화·자국화 표시채권 발행등급·IDR)이 필요하다.

베일에 가려졌던 이란 금융기관과 국영 기업이 국제무대에 편입되는 계기가 된다는 뜻이다.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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