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중국의 외압으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로부터 총회 참석 초청장을 받지 못했지만 대표단 파견을 강행해 장외 외교를 펼쳤다고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5일 보도했다.

SCMP는 허수핑(何淑萍) 민간항공관리국 부국장을 단장으로 한 7명의 대만 대표단이 ICAO 총회가 열린 캐나다 몬트리올을 엿새간 방문한 뒤 지난 3일 귀국했다며 이들이 현지 총회장에는 들어가지 못했으나 장외에서 10여개국 대표단과 회담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대만 정부는 마잉주(馬英九) 총통 시절인 2013년 ICAO 총회의 초청을 받아 '중화 타이베이'(Chinese Taipei)라는 이름으로 참석했으나 이번에는 중국의 압력으로 ICAO 총회 초청도 받지 못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하는 마잉주(馬英九) 총통 시절에는 ICAO 총회 참석을 용인했으나 독립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집권 이후 대만의 국제기구 행사를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차이 총통의 대만 정부는 지난 5월 집권 이후 ICAO 총회 참석을 위해 전력을 기울였으며 결국 총회 참석이 무산된 상황에서도 대표단을 파견했다고 SCMP는 전했다.

허수핑 부국장은 "ICAO 회원국들이 우호적으로 대해줘 관련 당사국들과 회담할 수 있었다"면서 "항공 안전에는 국경이 없으며 비행 안전은 정치를 포함해 어떤 요인에 의해서도 결코 영향받아서는 안되는다는 데 (회담한) 모든 나라가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SCMP는 대만의 이런 시도에 대해 '중국 우회하기' 전략이라고 평가하면서 일정 정도 성공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차이 총통이 지난달 30일 민진당 당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우리는 중국의 압력에 저항하고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대만 탐캉대 국제문제전략연구소의 왕쿵이 교수는 차이 총통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ICAO 총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대표단 파견이 이뤄진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런 전략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만의 참석이 불발된 가운데 열린 ICAO 총회에서 중국은 이사국 연임에 성공했다.

중국은 1974년 국제민간항공 활동에 참여한 이래 국제민간항공에 공헌한 12개 국가로 짜인 파트2 이사국에 10차례 연속 선출된 데 이어 2004년부터는 항공운수에 가장 중요한 11개국으로 구성된 파트1 이사국에 5회 연속 선임됐다.

중국의 국제항로는 총 327개로 10만1천500여㎞에 달하며 중국 항공산업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타이베이 쑹산공항의 대만 에바 항공소속 여객기 모습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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