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경기부진에 신흥국 주문 줄자 고전…소형기는 지속 성장
日 첫 자체기술 제트여객기 MRJ 5번째 납품 연기…수주타격 우려

보잉과 에어버스 등 세계 항공기 양강이 잇따라 대형여객기의 감산에 착수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4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 보잉은 300∼450인승 '777'을 2017년부터 감산한다. 유럽 에어버스도 500인승 'A380'을 2018년까지 감산하게 된다. 저유가나 경기부진으로 신흥국 수주가 줄면서다.

보잉777 여객기
보잉777 여객기. 미국 보잉사 홈페이지 캡처

이들 항공사가 대형여객기 감산에 들어가면서 이 업체들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일본 기업들도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보잉사의 데니스 뮐렌 최고경영자는 지난달 14일 "(777의) 안정적인 생산 지속을 위해서는 연간 40∼50기의 수주가 필요하지만 올해는 현재까지 8기만 수주했다"며 감산 방침을 밝혔다.

777은 객실에 통로가 2개 있는 대형여객기다. 777 수주량은 2013년 113기 2014년 283기였지만 작년에는 58기로 급감했다.

보잉은 수주 가뭄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지금은 매월 8.3기를 생산하고 있지만 2017년에는 매월 7기로 줄인다. 수주난이 계속되면 추가 감산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보잉사는 연비를 높인 '777X' 1호기를 2020년 납품하면서 새로운 수요를 개척할 예정이다.

777보다 대형으로 '점보'라는 애칭으로도 알려진 '747'은 더 심각하다. 2013년 12기였던 수주량이 2014년에는 하나도 없었고 작년에는 2기에 그쳤다. 이에 따라 월간 1기였던 생산도 9월에는 0.5기로 줄었다.

보잉은 이후에도 수주가 없을 경우 "생산을 종료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성명을 냈다.

보잉 관계자는 "낡은 기종을 계속해서 사용하는 고객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경기 불투명성으로 중동이나 아프리카 항공사들은 대형 여객기 주문을 유보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달말 8년 만에 감산에 합의해 유가는 한때 급등했지만 OPEC이 실제로 감산해도 공급과잉 해소가 어렵다는 견해 때문에 항공기 시장환경은 변함이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쟁사인 에어버스도 고전중이다. 2층짜리 'A380' 여객기와 관련 싱가포르항공은 9월 중순 일부 기종에 대해 2017년 이후의 임대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방침을 밝혔다.

높은 유지비용이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분석했다. 싱가포르항공은 지금까지 10년 기간으로 리스를 해 온 고객이었던 만큼 에어버스로서는 타격이 커 보인다.

에어버스사의 A380 여객기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에어버스사의 A380 여객기.
에어버스는 다른 고객으로부터의 비행기 주문 문의도 줄고 있어 A380의 생산 속도를 작년의 27기에서 2018년까지 연간 12기로 줄인다고 지난 7월 발표했다.

대형여객기의 고전과 대조적으로 소형기 시장은 순조롭다. 저가항공사(LCC)의 대두로 적은 인원을 태운 비행기를 단거리로 빈번하게 비행시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년에 인도가 시작되는 최대 200인승 보잉 '737MAX'는 올해에만 이미 223기를 수주했다.

중장기적으로도 소형기는 성장 시장으로 간주된다. 보잉은 737 등 통로가 1개밖에 없는 소형기가 2035년까지 20년간 항공기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66%에서 71%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 이에 반해 대형 기종의 비율은 20년 뒤에도 20%대에서 제자리걸음을 예상한다.

그런데 소형기는 대형기에 비해 이익률이 낮아 수익 공헌도는 적은 편이다.

보잉은 "장기적으로 777 수요는 틀림없이 증가할 것"이라며 주력생산을 소형기로 대체하는 것에는 부정적이지만 당장은 낮은 가동률 때문에 인건비 삭감 등 비용 절감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이 처음 자체기술로 제작한 제트여객기 MRJ(Mitsubishi Regional Jet)의 첫 납품 시기가 당초 2018년 중반에서 더 늦춰진다고 요미우리신문 등이 보도했다.

이번 인도 연기 결정은 다섯 번째다. 제작사인 미쓰비시항공은 애초 첫 항공기를 2013년 고객사에 전달할 예정이었으나 기체 디자인 부품 등에서 문제가 계속 발생하며 잇따라 시기를 늦춘 바 있다. 이에 따라 수주활동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MRJ는 모두 447기를 수주하고 있지만 거의 절반인 204기는 항공사가 취소해도 위약금이 발생하지 않는 '옵션계약'이다. 일본 항공업계관계자들은 "향후 주문취소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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